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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취약 계층의 요즘

가정폭력 생존자 회복은 누구 몫인가

by kyublog1 2025. 5. 13.

트라우마로 인한 정서적 후유증의 심각성

가정폭력을 경험한 생존자는 육체적 피해뿐만 아니라 심각한 심리적 후유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폭력 속에서 생존자는 극도의 공포와 무력감을 경험하게 되고, 이는 자존감 저하, 자기 비하, 수치심 등의 감정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폭력이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진 경우, 피해자는 스스로를 문제의 원인으로 여기게 되는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기도 하며, 이는 일상생활과 인간관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이러한 정서적 후유증은 피해자가 가정폭력으로부터 물리적으로 벗어난 이후에도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습니다. 불면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등은 가정폭력 생존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며, 때로는 알코올 중독이나 자해, 자살 충동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많은 생존자들은 자신의 상태를 적절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문제 해결이 늦어지고 고통이 장기화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정폭력 생존자의 심리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이들이 겪는 정서적 상처를 사회가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위한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보호소나 임시 주거 공간을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정서 회복을 위한 상담과 치료, 자존감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생존자의 자기결정권이 충분히 존중받아야 합니다.

사회적 낙인과 고립에서 비롯된 2차 피해

가정폭력 생존자가 회복을 어렵게 느끼는 또 다른 이유는 사회적 낙인과 고립입니다. 피해자는 종종 주변으로부터 '왜 그동안 참고 있었느냐', '왜 신고하지 않았느냐'는 식의 비난이나 오해를 받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선은 피해자에게 죄책감과 수치심을 가중시키며, 결국에는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이는 명백한 2차 피해이며, 생존자가 도움을 요청하거나 사회와 다시 연결되기를 주저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사회 전반에 만연한 피해자 중심이 아닌 가해자 중심의 시선은 가정폭력 생존자에게 또 한 번의 고통을 안깁니다. 피해자가 폭력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사회적 복귀나 재취업, 자녀 양육 등의 과정에서 편견과 차별을 겪게 되면 회복은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생존자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앗아가고, 장기적으로 사회적 배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선행되어야 하며,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합니다. 언론 보도나 교육기관에서 가정폭력 문제를 다룰 때, 피해자의 선택과 용기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사회 전체가 연대의식을 갖고 생존자에게 지지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는 회복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다시 자신의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전문적 치료 지원과 통합적 회복 프로그램

가정폭력 생존자의 심리 회복을 위해서는 단순한 보호나 위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보다 전문적인 치료와 회복 프로그램이 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며, 이는 생존자의 개별적인 상황과 회복 속도에 맞춘 맞춤형 접근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심리 상담은 물론, 미술 치료, 음악 치료, 집단 치료 등 다양한 방식이 활용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생존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장기적 지원이 중요합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 폭력 방지 센터나 가족센터 등을 통해 상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나, 생존자의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입니다. 또한, 관련 기관 간의 연계가 미흡하여 생존자가 여러 기관을 오가며 중복 상담을 받거나 일관성 없는 지원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단절은 회복의 연속성을 해치며, 생존자에게 또 다른 심리적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치료 지원 체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일관된 기준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생존자의 생활권 안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합상담센터를 설치하고, 전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여 신속한 개입과 지속적인 상담이 가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정신건강의학과, 법률 지원, 직업 훈련 등 다양한 자원을 연계한 통합적 회복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생존자가 다시 삶을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공공과 공동체의 책임 그리고 연대

가정폭력 생존자의 심리 회복은 개인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안전하고 건강한 공동체를 지향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됩니다. 따라서 공공기관은 생존자를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회복의 주체로 바라보고, 정책과 제도를 설계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부는 피해자 보호뿐 아니라 회복 지원까지를 포괄하는 종합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법적 제도와 예산을 충분히 마련해야 합니다. 예산 부족으로 인해 상담이나 치료의 연속성이 끊기는 일은 없어야 하며, 상담센터의 확대와 함께 정서 지원 인력의 전문성도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합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 개발도 병행되어야 하며, 이는 실효성 있는 지원체계 구축에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민간 부문과 지역사회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자원봉사자, 비영리 단체, 종교기관 등은 생존자에게 따뜻한 공동체의식을 제공할 수 있으며, 특히 이웃의 역할이 큽니다. 폭력을 목격했을 때 침묵하지 않고 개입할 수 있는 용기 있는 문화가 형성될 때, 가정폭력은 점차 줄어들 수 있습니다. 공동체 안에서 피해자가 다시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며, 이때 필요한 것은 정서적 지지와 사회적 연대입니다.

결국 가정폭력 생존자의 심리 회복은 그들만의 몫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입니다. 고통의 시간에서 벗어나 회복의 여정을 걸어가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도와 정책, 그리고 사람들의 따뜻한 이해와 지지입니다. 모두가 함께할 때, 생존자는 새로운 삶의 희망을 다시 품을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생존자 회복은 누구 몫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