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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지금 우리의 질병들

우울증으로 오인되는 뇌질환 크로이츠펠트 야콥병

by kyublog1 2025. 5. 29.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이란 무엇인가요

크로이츠펠트-야콥병(Creutzfeldt-Jakob Disease, CJD)은 인간의 중추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매우 희귀한 퇴행성 신경질환입니다. 이 병은 '프리온'이라는 비정상 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며, 이 프리온은 정상 단백질과 달리 세포 내에서 올바른 구조로 접히지 않고, 주위의 정상 단백질마저 비정상 형태로 변형시킴으로써 뇌 조직을 점차 파괴합니다. 그 결과, 환자는 치매 증상, 운동 실조, 시각 이상, 언어 장애 등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며 빠르게 악화되는 경과를 보이게 됩니다.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발형이 대부분이며, 전체 환자의 85% 이상을 차지합니다. 나머지는 유전성(CJD 관련 유전자 변이 보유)이나, 수술, 장기 이식, 감염된 뇌 조직 접촉 등 외부 경로로 전염되는 이소성 CJD(variant CJD)로 구분됩니다. 특히 소해면상뇌병증(BSE), 이른바 '광우병'이 사람에게 전염될 경우 발생하는 변종 CJD는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하였습니다.

이 질환의 가장 큰 문제는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며, 진단 또한 초기에는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적인 뇌영상, 뇌파 검사, 뇌척수액 검사 등을 통해 추정 진단이 가능하지만, 최종 진단은 사망 후 조직 검사를 통해 확정됩니다. 또한 질병의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르며, 대부분의 환자는 진단 후 1년 이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CJD는 단기간 내 환자의 전반적인 신경기능을 붕괴시키는 무서운 병이며, 희귀하지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신경계 질환입니다.

우울증으로 착각되기 쉬운 이유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발병 초기 정신 증상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종종 우울증, 불안장애, 치매 초기 증상 등으로 오인되기 쉽습니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처음에는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수면장애, 불안, 무기력감 등의 증상을 호소하며, 이러한 상태가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에 먼저 내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고령의 환자일수록 이러한 증상이 노화나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 증상으로 오해되기 쉬운 구조입니다.

하지만 CJD의 증상은 시간이 지날수록 명백히 신경학적 이상으로 확장됩니다. 언어 표현의 어려움, 방향 감각 상실, 시야 왜곡, 보행 장애 등 신체적 이상이 병행되기 시작하며, 점차 근육 경직, 경련, 뇌전증, 의식 저하 등의 심각한 상태로 진행됩니다. 결국 환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며, 의사소통이 단절되고, 완전한 의식 혼미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이러한 초기 증상만으로 CJD를 바로 의심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MRI나 혈액검사에서 명확한 이상이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과를 전전한 후에도 명확한 진단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환자나 보호자 모두가 정신적인 문제로 오해하는 경우에는, 신경과 검사를 늦추게 되어 진단 시기를 놓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이처럼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정신질환과 혼동되기 쉬운 특성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려우며, 그로 인해 환자와 가족 모두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원인 불명의 인지 장애나 행동 변화가 있을 경우, 단순한 정신 질환으로 단정 짓지 말고 신경학적 평가를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우울증

진단과정과 현재의 치료법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의 진단은 여러 정밀검사를 통해 추정할 수 있으며, 대표적으로 뇌파 검사(EEG), 자기공명영상(MRI), 뇌척수액(CSF) 검사, 프리온 단백질 탐지 검사 등이 활용됩니다. 뇌파 검사에서는 특정 파형(주기적 서파 복합체)이 나타날 수 있으며, MRI에서는 기저핵이나 대뇌 피질의 고신호 강도 소견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RT-QuIC이라는 고감도 단백질 검출 기법이 도입되면서, 생전 진단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CJD를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모든 치료는 증상 완화와 삶의 질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통증 조절, 항경련제 투여, 수면 조절, 간병 관리 등이 중점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가족 및 보호자에 대한 심리적 지원도 매우 중요한 치료의 일부로 간주됩니다.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어 있는 만큼, 환자와 가족은 사회적 지원 시스템을 통해 의료비 지원, 간병 지원, 정보 제공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 희귀질환센터나 각종 지원 단체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진단이 확정된 경우 빠르게 제도적 도움을 신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편, 감염 예방 차원에서 프리온 단백질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의료적 관리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뇌수술 기구나 이식 수술 등과 관련된 감염 예방 관리 지침이 엄격히 적용되고 있으며, 의료진도 이를 철저히 준수해야 합니다.

CJD는 현재 과학이 완전히 밝혀내지 못한 영역에 속한 질환이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조기 진단 가능성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중입니다.

사회적 인식과 조기 대응의 중요성

크로이츠펠트-야콥병은 워낙 희귀하고 증상이 특이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질병입니다. 그러나 이 병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증 질환인 만큼, 사회 전체의 인식 개선이 절실합니다. 특히 가족 구성원이나 주변인이 갑작스러운 기억력 저하, 감정 기복, 비정상적 언어 행동 등을 보인다면, 반드시 단순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으로 치부하지 말고 신경과 전문 진료를 권유해야 합니다.

또한 의료기관은 원인불명의 뇌질환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대해 CJD를 염두에 두고, 필요한 검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희귀질환 관리 체계를 보다 정교하게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됨에 따라 치매와 혼동되는 신경퇴행성 질환이 더욱 많아질 것이며, 이 중에서도 CJD와 같은 중증 질환에 대한 조기 대응은 환자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일반 국민들도 CJD에 대해 막연한 공포만 가질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정보와 증상에 대한 이해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프리온 단백질의 전염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며, 일반적인 생활에서 전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다만 감염성 뇌수술, 장기 이식 등의 의료적 상황에서만 예방 기준을 철저히 지키면, 공중보건 측면의 위협은 크지 않습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CJD가 단지 ‘희귀하고 무서운 병’이 아니라, 우리 주변 누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사실입니다. 조기에 인지하고 대응한다면,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습니다.